Unit 005. 에너지 안보 vs 기후 대응 : 왜 충돌하는가

🔥 이슈 배경: 안보가 기후보다 우선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에너지 안보란, 한 국가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확보하고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즉, 외부 충격(전쟁, 공급망 붕괴, 국제 가격 급등 등)에도 불구하고 국민 생활과 산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중단 없이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뜻합니다. 최근에는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자국 내 에너지 자립도, 공급망 다양성, 가격 안정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에너지 안보가 국제 이슈로 부각된 대표적 계기가 바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이 전쟁 이후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이 급감하며 에너지 공급에 큰 위기를 맞았고, 이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각인시켰습니다.

 

그 결과,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고, 그동안 감축되던 석탄과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이 확대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기후보다 안보가 우선"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강하게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적 기후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에 따라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기후 대응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이중 딜레마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 구체적 충돌 사례: 정책 방향의 충돌

에너지 안보를 중시하는 국가들은 원전과 석탄 발전 재가동을 통해 자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반면 기후 대응 중심의 정책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국제 감축 협력, 탄소세 도입 등을 통해 장기적 전환을 유도합니다.

• 발전 정책: 원전·석탄 중심(안보 우선) vs 신재생에너지 확대(기후 우선)
• 정책 기조: 에너지 자립 및 자국 우선주의 vs 국제 협력 및 감축 약속
• 소비자 유도 방식: 가격 안정화(보조금 등) vs 친환경 전환 유도(탄소세 등)

국가별 사례:

- 프랑스는 원전 확대를 통해 기후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고려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 독일은 일시적으로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면서 기후 목표 후퇴에 대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 한국은 원전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며 기존 탄소중립 로드맵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 한국 : 에너지 자립의 한계가 드러난 순간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1차 에너지 공급의 약 9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석유,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 등 거의 모든 주요 에너지원이 수입품입니다. 이런 구조는 국제 정세에 따라 에너지 가격 급등이나 공급 차질이 발생했을 때 매우 취약한 구조를 드러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사건들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 이슈를 크게 부각시킨 계기가 되었습니다: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자재 가격 폭등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국가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주었고, 에너지 수급 안정성 확보가 중요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안전성 우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 원전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이에 따라 전력 수급 불균형 우려가 확산되었습니다.
• 2021~2022년 천연가스 가격 급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LNG 가격이 급등하며 전력 도매가격 인상 및 산업계 부담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한국 역시 자국 내 에너지 자립도 제고와 공급 안정성 확보가 시급한 정책 과제임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 정책적 쟁점과 해결 과제

1.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기술적 한계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간헐성이 존재합니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습니다.

 

2. 에너지 저장 기술(ESS)의 발전 필요

신재생의 간헐성을 보완하려면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술적·경제적 제약이 존재하며, 정부의 장기적 투자가 필요합니다.

 

3. 국제 공급망 의존도 문제

천연가스, 우라늄 등 주요 에너지원의 수입 의존도는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각국은 공급망 다변화 및 자국 생산 확대를 동시에 모색하고 있습니다.

 

4. 시장 가격 제도의 개편 논쟁

에너지 가격을 정부가 통제할지, 시장에 맡길지는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실시간 정산시장과 같은 새로운 시장제도의 도입도 검토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 정리하며: 방향성의 전환이 필요할 때

기후와 안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단기적 위기 대응에 급급하기보다, 에너지 시스템 전환의 방향성을 장기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적 선호보다는 기술적 가능성과 현실적 제약을 바탕으로 한 실현 가능한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